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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나는 내가 좋아요 :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해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 다이어리'라는 책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매일매일 그림책을 읽어주며

다이어리에 표시도 하고,

다양한 그림책들을 소개해줍니다.

 

 

 

 

 

 

이 책 뒷부분에는 연령별 추천도서 리스트가 있습니다.

그 중 만 1~3세가 읽기 좋은 책 중에

'나는 내가 좋아요'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데,

그림체가 귀엽고, 책 속 아이들이 모두

함박 웃음을 짓고 있어서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도 좋은지, 자주 읽어달라고 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나는 한 쪽 눈을 찡긋 할 줄 아는 내가 좋아요.'
'나는 밥 한 그릇 뚝딱 먹는 내가 좋아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크게 웃는 내가 좋아요.'

내용은 책 제목처럼

'어떠어떠한 내가 좋다'는 문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 어떠어떠하다는 내용은

어른의 입장에서는 혼자 옷을 입거나,

혼자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거나,

공룡을 그릴 줄 알거나,

모래케이크를 만들 줄 아는 것처럼

하나마나 하거나,

별거 아닌 사소한 일처럼 보입니다.

저 역시 가볍게 읽으며

그래..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면 좋지..

이런 작은 부분들도 놓치지 말고

잘 알아봐주고, 칭찬해줘야겠다..

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이 책을 읽어주다가 문득 울컥해졌습니다.

이것은 진짜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한 얘기구나..

그 내용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1. 어릴 때 결정되겠구나..

2.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시작되는거구나..

3. 엄마의 시선이 정말 중요하구나..

예를들어, 밥을 스스로 먹으려 시도하면서

주변에 너저분하게 흘릴 때,

왜 이렇게 흘리냐고 대놓고 구박하거나

혹은 행주를 들고 주변을 닦으며

은근히 이건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거나 하는 대신에

아이가 새롭게 시도한 것들,

잘 한 것들을 엄마가 함께 발견해주고

기뻐해주고, 칭찬해주고, 응원해준다면

이것이 한개씩, 한개씩 쌓여서

아이의 자존감이 되고,

아이의 자신감이 되겠구나 와닿았습니다.

'엄마로서 무능해도 괜찮다.

사실 엄마라는 역할에는 무능이라는 것이 없고,

하루하루 앞으로 점점 유능해질 것이다.

보통 전문가가 되는데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아이가 10살쯤 되면

우리도 모두 육아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육아동지의 말처럼

​이런 관점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무능하게 태어납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어른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을

정말 하나하나 배워가야합니다.

매일매일이 실패의 연속이다.

블럭쌓기에서 실패해서 짜증이 나고,

장난감이 내 마음대로 안되서 좌절감이 듭니다.

이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겪어나가며

유능해져 가는 것이죠.

이럴 때 엄마가

처음이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 더 잘하게 될꺼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준다면

아이가 얼마나 안심이 되고 좋을까요?

'자존감'이라는 막연한 감정을 떠올리며

나의 유년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기준이 높고, 칭찬을 잘 해주지 않으시는

친정엄마를 생각했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칭찬과 인정에는 인색하고

실수와 실패에는 좌절하는 것은

엄마의 육아방식에서 왔겠구나..

엄마는 또 할머니에게서 그렇게

배우며 자랐겠구나..

결국, 자존감이란 것도

학습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이 스스로 밥을 먹으려 할때,

아무렇게나 그림을 끼적일 때,

낑낑대며 옷을 입으려고 노력할 때,

시도와 노력을 알아주고,

무능을 느끼고 좌절하고, 짜증을 낼 때 공감해주고,

괜찮다, 당연한거다 위로해주고

앞으로 더 잘할꺼다 응원해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싶고,

이런 방식을 배워서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이런 시선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나 스스로에게도 이런 시선을 보내고,

남편에게도 이런 시선을 보내고,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되보고 싶습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해

설명하고 해석하고, 높이는 방법을 얘기한

어른들의 책보다,

단순명료하고, 깊이있게 울림을 주는

그림책 '나는 내가 좋아요'를 통해

아이와 엄마 모두 육아의 새로운 장을

맞이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