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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

사실은 머리 말고, 손 쓰고 싶었어요ㅠ

# 주제에 대한 고민

블로그를 만들고, 한달코스를 하면서(후기 클릭!) 주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지금은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해 배우고 있는 것들을 올리고 있는데요.

 

한달코스를 하면서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줄 수 있는 것,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것, 지금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써라' 등 많은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한달코스를 시작할 때쯤 하고 싶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제들을 쭉 적어봤어요. 그래도 명문대 석사에 연구원으로 오래 일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까 [독서나 공부법]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아이를 키우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 [놀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가능할 것 같았고요. [정리, 인테리어]에도 좋아하니까 이것도 찜. [그림]을 매개로 뭔가 연계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것도 후보에 넣고요. 저의 오래된 취미이자 마음의 안식처인 [식물 키우기]도 당연히 후보에 올랐죠. 그리고 마지막,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뜨개질, 바느질 같은 [공예]를 적었어요.

 

 

 

 

그러다가 결정하지 못하고, 콘텐츠 마케팅을 하면서 배운 것들을 올리는 정도로 하고 있었죠. 그런데 신태순 대표님과 함께 있는 오픈채팅방에서 어떤 분이 신대표님께 질문을 한 것에 대한 대표님의 답을 보고 심장이 뛰고 가슴이 울렁거렸어요. 오 마이 갓! 심장은 알고 있었구나!!

 

Q : 글을 읽어보니 불현듯 <심장이 두근거리는 삶>의 의미가 궁금해 집니다. 바이든 티셔츠 아이디어도 그렇고 혹 사업 아이템이 생길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시는 건가요? ㅎㅎ

 A : 아~ 설명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뇌로 판단하지 말고 심장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고 끌어당김도 뇌가 아니라 심장하는 일이고 뇌보다 심장이 먼저 주변 정보를 더 빠르게 캐치해서 반응한다고 하거든요. 하단전과 상단전을 잇는 것도 중단전이고. 심장의 반응에 집중하거나 호흡하면서도 심장을 잘 인식할려고 노력하는 편이구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이 안온다고 생각하고.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심장 반응을 살피고 물어보는 편입니다

 

# 장벽 1 : 손쓰는 일은 열등한 일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손으로 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불행하게도 어중간하게 공부를 잘했어요. 엄마는 중학교 때부터 뜨개질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 언제나, "쓰잘 떼기 없는 짓하면서 시간 죽이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저의 손을 쓰고자 하는 욕망을 감추고 억누른 게요. 그 후로도 저는 엄마 몰래 요즘은 사라진 '과학사'에 가서 프라모델을 사서 몰래 조립하고, 중국 여행에서 사 온 종이 공예를 하며, 겨울이 되면 언제나 뜨개질을 하고 퀼트를 했어요. 손으로 꼼지락 거리는 것들은 언제나 저에게 숨겨야 하는 열정이었어요. 

 

 

 

그런데, 신태순 대표님의 답변을 듣자마자 막 가슴이 뛰는거예요. '그래, 마음이 가는 대로 해도 되는구나. 내가 잘못하는 게 아니구나. 내가 못난 게 아니구나.' 안도감과 행복감이 밀려왔어요.

 

좋아하는 일에 스스로 끊임없이 열등한 일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괴로워하고, 막상 뜨개질을 하거나 즐길 때는 늘 마음 한편에 죄책감이 있었어요. 이제 손을 쓰는 일은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버렸어요

 

 

# 장벽 2 : 결국, 힘들어서, 질려서 안 하게 될 거야

마음을 잘 살펴보니 또 하나의 큰 마음의 장벽이 있었어요. 저는 식물과 꽃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플라워샵을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연구소에 다니면서 한 1년 정도 꽃을 배웠어요. 퇴근 후에, 주말에 열심히 배웠어요.

 

열심히 배우던 꽃

 

 

그런데, 막상 1년쯤 해보니까 몸이 너무 고된 거예요ㅋㅋㅋ 꽃이나 화분이 엄청 무거운데, 저는 정말 체력이 저질이거든요... 일평생 몸 쓰는 일이라고는 청소기 돌리는 게 제일 힘쓰는 일이었던 저에게 꽃 새벽시장, 웨딩 준비 같은 건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지금이라면 다른 길을 뚫어봤을 것 같은데 그때는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하면서 포기했어요.

 

연구소를 퇴사하면서 손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또 올라왔어요. 우연한 기회에 청년들에게 봉제와 경영수업을 같이 지원하는 정부사업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신청을 하고 6개월 정도 봉제를 전문적으로 배웠어요. 그랬더니! 또 너무 힘든 거예요.ㅋㅋㅋㅋ 특히, 옷을 미싱으로 박는 과정은 재밌는데, 옷감에 패턴을 그리고, 옷감을 재단하는 일이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그리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옷을 만드는 과정이 점점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옷을 직접 만드는 건 포기하고, 강사님이 운영하시던 기업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PM으로 취업을 했어요.

 

꿈을 향해 도전했던 이 두 번의 본격적인 시도들이 좌초되면서, 좋아서 시작한 일이 사실은 내 생각과 다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손으로 하는 일에는 반복 작업이 필수인데 그 반복 작업을 질려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후로는 손으로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겠다고 스스로 단정 내렸던 것 같아요. 

 

 

# 장벽 3 :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이기적인 거야

또 한 가지 장벽은 '꿈, 좋아하는 일,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이기적이고 철없는 행동'이라고 하는 마음의 소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조급했던 것 같아요. 얼른 자리를 잡아야 하고, 제대로 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거면 얼른 포기하고 돈이나 벌라고 하는 소리가 늘 귓가에 들리는 듯했어요.

 

그러다 오늘, 예전에 보았던 <아티스트 웨이>를 다시 읽고 있는데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내용을 발견했어요. 신대표님의 답변을 본 오늘요. 운명처럼요.

 

 

ⓒ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 손을 쓰는 삶으로

그래서 그냥 이제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 하려고요. 너무 힘들 것 같으면, 조금 비틀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는지 찾아보면 되고, 질리면 또 다른 거 찾아보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평생 그리워만 하다가 엉뚱한 일을 하다가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공간(순간랩)을 만났다는 것에 오늘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심장도 신나는지 감사한 마음과 기쁜 마음, 자유로운 느낌에 감정이 좀 복받쳐 오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올릴까 말까, 벌써 번복하고 싶은 두려움도 올라옵니다. 아픈 엄마 생각도 나서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이것도 과정이겠죠. 그래도 뭐가 됐던 다시 한번 도전해볼까 싶어요. 오예! 신난다!!